성명서_2016. 11. 22.
- 보도자료_전국법과대학교수회2016.11.22..hwp(46.5K)[61]2016-11-25 15: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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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국회 법사위는 로스쿨 이익단체의 압력에 굴복하여서는 안 된다.
전국법과대학교수회
오늘 한 장의 사진을 접하는 우리는 부끄러움과 한없는 분노를 느낀다. 국회의원 회관 로비에서 나란히 손 팻말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은 우리나라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소위 로스쿨들의 원장들이고, 그 공식 단체인 로스쿨협의회이다.
우리는 작금의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법학을 가르치고, 법조인을 배출한다는 이들이 시국을 어떻게 진단하고, 어떤 해법을 내놓았는지 알지 못한다. 그 무거운 침묵을 자신들의 이익 앞에서는 과감히 깨뜨릴 수 있는 그 용감함과 무모함, 법치주의에 대한 경시, 특권의식에 같은 법학자들로서 무한한 자괴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와 같은 허약한 지성과 양심, 학자적 태도가 오늘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난국의 한 원인이었음을 새삼 고백하고, 통절하게 국민께 용서를 구한다.
오늘 이들이 법사위원장을 찾고, 집단으로 손 팻말을 들고 보이는 일련의 행태가 갖는 목적은 노골적인 입법방해와 해당 의원들에 대한 압력행사에 있음을 굳이 숨기지 않고 있다. 국민 80퍼센트 이상이 찬성하는 사법시험존치 관련 법안의 소위 논의조차 원천봉쇄하겠다는 그 행태를 건전한 국민상식으로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 우리는 상식이 무너진 사회, “이게 나라냐”고 묻는 국가에 살고 있다. 법학은 상식을 기초로 한다. 그리고 법학은 우리 사회가 공정함을 전제로 한다. 로스쿨제도의 도입은 고시낭인 양산과 대학교 법학부의 고시위주 교육 등 사법시험의 병폐를 개선하고 글로벌 시대에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 있는 변호사를 배출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로스쿨 제도와 그 운영자들이 보이는 행태는 사법시험의 병폐 정도가 아니라 망국병으로 이어질 불길한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로스쿨은 월 소득 500만원 이하 중산층에게 절대적인 취약지대이다. 로스쿨의 장학금 수혜 대상 학생 수가 가장 많은 계층이 2014년 기준 월 734만원을 초과하는 소득 분위에 몰려있고, 이들의 숫자는 소득 5-7분위를 다 합친 것과 같다는 사실이 이를 반증한다.
최하위 15퍼센트를 들러리로 내세우면서 실질은 상위 10%, 고관대작 자녀들의 법복귀족화 도구로 로스쿨이 운영되고 있지 않다고 정녕 자부할 수 있는가. 입구에서 생색을 내지만, 과연 출구에서는 공정한지 로스쿨 스스로 돌아보기 바란다.
지난 5. 3. 교육부에서 발표한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로스쿨 교수들과 교직원 37명이 합격한 것으로 드러났지만, 교육부는 이에 대하여 여하한 실태조사도 한 바 없다. 이 중에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같은 특혜 입학이 없었는지 교육부는 자신할 수 있는가? 우리는 정식으로 교육부와 감사원에 대하여 이 부분에 대한 전면적인 철저한 조사를 요구한다. 학교별 등급제를 실시하여 소위 명문대 학부를 나오면 "성실성" 항목에서 70점을 받지만, 그 이하 대학들은 A급 (63점), B급(56점), C급(49점), D급(42점)으로 차등화 시켰다가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것이 엊그제이다. 로스쿨 협의회는 이에 대하여 공식 사과라도 내 놓은 적이 있는가.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정성 평가의 영역을 확대하여 오리무중으로 만들어 놓은 그 이면으로 보통 사람은 학벌로 차별, 인맥과 권력, 금력으로 엮인 자들에게는 뒷문을 열어 놓은 것이 로스쿨이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로스쿨에 근무하고 있는 교수들에게 묻는다. 만약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 등이 로스쿨 제도의 문제점을 계속해서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대들은 개선책을 마련할 조금의 양심이라도 가지고 있었는가. 법학이 붕괴되고 있는데도 사법시험 존치 주장을 뭉개면서 달콤한 현실에 안주하려는가? 로스쿨제도와 사법시험제도를 존치시켜 이미 엄청난 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법학이라는 학문이 살 길을 찾는데 양심 있는 로스쿨 교수들만이라도 동참하라고 호소하는 바이다.
로스쿨 학생들에게 묻겠다. 만일 그대들이 저기 경남 양산에서 오늘도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사법시험 준비생들이라면 지금처럼 로스쿨이 가진 문제점에 눈감고 기득권 뒤에 숨겠는가? 왜 공정사회를 만들자는 주장에 반대하는가? 우리가 로스쿨제도를 폐지하라고 했던가. 그저 특수한 계층만이 아닌 모든 국민이 헌법상의 권리를 가지고 법조인이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고 하는 것은 여러분이 오늘도 펼치고 있을 헌법전 및 헌법교과서에 실려 있는 말 아닌가. 왜 상식을 거부하는가.
더불어 민주당 국회의원들 및 사법시험 폐지를 주장하는 국회의원들에게 묻겠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시험제도를 폐지하려 할 당시 1,000명 이상의 사법시험 합격자 수가 말해주듯 사법시험을 통한 계층상승기능은 이미 상실되어 있었다. 혹시라도 그대들도 서울대가 독차지 하고 있던 사법부를 개혁하고 싶었던 순박한 생각에 머무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자들이 계층상승의 사다리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똑똑히 알 필요가 있다. 우리는 그저 공정한 사회라는 상식을 부르짖고 있을 뿐이다.
올해 사법시험 최종 합격자들 중 수석 합격자는 전기, 전자 공학을 전공한 청년이고, 법학 비전공자가 22퍼센트에 이른다. 사법시험 하에서 전공 다양성은 충분히 보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43퍼센트에 달하는 합격자들이 30~34세이다. 로스쿨 교수들은 양심껏 답하라.
30~34세에 달하는 자원이 서울의 소위 상위 몇 군데 로스쿨 문턱을 넘을 수 있는지를 말이다. 이들이 왜 주류법조계로 진입을 차단당해야 하는지 그대들이 말해 달라. 나이로 차별하고, 금전으로 가로막고, 학벌로 족쇄를 채우는 로스쿨 제도에 우회로를 남겨두어야 한다는 법안이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집단적으로 모여 역할을 공모하여 의원실에 협박과 회유 문자, 팩스 보내기, 후원금 보내기 등을 하는 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법치를 맡길 수 있는지 심히 우려된다.
이제 더 이상 논의를 늦추면 안 된다. 예정대로 국회 법사위 제1소위는 사법시험존치 관련 법안을 상정, 논의 후 법사위에 회부하고, 법사위는 본회의에 회부하여 대한민국 국회의원 전체의 의사를 묻도록 해야 한다. 금력과 권력으로 강고해 보이는 기득권 카르텔이 한 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역사의 현장 속에서 목도하고 있다.
반칙과 어둠 속의 거래가 언제까지 지속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회 공정성에 대한 갈망이 한계점에 달할 때 평범한 국민들이 이념과 가치를 떠나 어떤 선택을 하는지 작금의 사태에서 의원들은 교훈을 얻기 바란다.
이미 거대한 기득권이 되어버린 집단에 의해 패자부활전, 공정이라는 사회적 희망의 통로가 점점 봉쇄되는 이 마당에 사법시험마저 폐지되면 그 힘의 남용과 오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버릴 것임은 명약관화하다.
이에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민주주의와 정의의 최후 보루를 지키는 심정으로 로스쿨 폐지가 안 된다면 사법시험이라도 존치시켜 로스쿨을 견제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시길 양심 있는 국민과 언론, 입법, 사법, 행정 당국자들에게 다시 한번 간곡히 호소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