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학술대회
-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학술대회] 자료집_2016.12.02.pdf(722.5K)[59]2016-12-05 14:47:31
- http://blog.naver.com/hslee1427/220876820582[1440]
본문
안녕하십니까.
전국법과대학 교수회 회장 이호선입니다.
오늘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와 우리 전국법과대학 교수회가 공동으로 2016년도 정기학술대회를 갖게 된 것에 대하여 큰 기쁨과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학교에서의 교육과 연구로, 그리고 법조 실무 현장에서 분주한 가운데서도 발제를 위해 귀한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 주신 김민섭 교수님, 나승철 변호사님, 김기영 교수님, 이상 세 분의 발표자와 토론자, 사회자로 참여해 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주지하다시피 지금 우리나라는 1987년의 6.10 민주화 항쟁 이후 거의 30년 만에 거리로 나온 주권자인 국민들의 거센 분노의 함성 속에 싸여 있습니다. 국정농단과 헌정질서의 교란으로 함축되는 난맥상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 수립 사상 유례가 드문 임기 중 대통령의 중도하차가 현실화되고 있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저는 법치주의에 대한 경시와 실종으로 진단하며, 법치주의로 돌아가는 것이야 말로 기본이며, 공동체의 건강한 출발의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아무리 좋은 법체제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실제로 따르지 않으면 법치주의는 확립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법치주의에 내포된 두 가지 의미를 다시 한번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제대로 된 법치주의는 그 법에 대한 복종을 전제로 하지만, 또 하나 그 법이 정의롭게 잘 제정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입법의 중요성, 그리고 동시에 입법권의 남용과 한계에 대하여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오늘의 대주제는 <로스쿨 독점, 왜, 무엇이 문제인가?>입니다. 사법시험을 존치하여 로스쿨 제도와 병행함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하자는 주장에 대하여 로스쿨 독점론자들은 한결같이 “사법시험 폐지는 국민과의 약속이었다”라고 주장합니다. 지난 로스쿨 도입 과정을 보면, 과연 서로 약속이라고 할 만큼 이런 약속이 절차적으로 충분히 국민에게 설명되고, 이해를 구했었다는 점에 대한 어떤 마땅한 자료도 없습니다. 설령 그런 약속이 있었다고 해도, 그 의미는 “사법시험을 폐지한다”에 방점이 있는 것이 아니라, “로스쿨이 충분히 잘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이해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입니다. 이 약속을 로스쿨은 지키지 못하였습니다. 그 구조적 한계와 생리상 앞으로도 지킬 가능성은 무망하다고 감히 저는 단언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일반 국민을 허탈하게 하며 좌절케 하는 것 중의 하나가 “비로소 이해되는 것들”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최고권력자와 그 주위에서 일어난 일들 중에서 그 당시에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던 비정상과 비상식이 비리와 위법, 몰상식이 밝혀지면서 비로소 이해되더라는 것입니다. 비로소 이해되는 일들이 많은 사회는 건강하지 못합니다. 미리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위정자들의 몫이고, 연구자들의 몫입니다. 특히 법은 가장 강력한 사회적 메시지인 까닭에 법학을 연구하고, 법조 실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책임은 그만큼 더 크다고 하겠습니다.
오늘 발제하시는 김민섭 교수님은 현행 변호사시험법이 갖는 문제점을 다양한 각도에서 종합적으로 정리해 주시고,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님은 변호사시험법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직접 대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응시자격의 폐쇄성, 실무교육의 문제점 등을 매우 구체적으로 지적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김기영 교수님께서는 사법공직 임용과 관련하여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의 사례를 일목요연하게 비교표를 만들어 주시는 등 지금까지 나왔던 어느 자료에도 볼 수 없던 내용을 심층적으로 통찰력 있게 말씀해 주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은 단지 로스쿨을 비판하기 위한 비판이 아니라, 국민 모두의 몫이어야 할 법조전문가 양성과 사법공직자 배출에서 기회균등을 보장하고, 실질적인 온전한 법치주의를 이루기 위한 충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제도가 권리를 가로막는 기형적 구조는 속히 시정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로스쿨이란 제도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인 직업선택의 자유, 공무담임권 등이 희생되어도 좋다는 것은 헌법 정신에 반할 뿐 아니라, 법치주의를 뿌리째 흔드는 발상입니다. “내가 필요해서 만들었다. 내가 만들었기 때문에 필요하다”라는 식의 논리로 더 이상 제도를 위한 제도를 고수해서는 안 될 것입니.
마지막으로 잘 아시다시피 로스쿨과 병존토록 하자는 사법시험존치법안이 19대 국회에 이어 20대 국회에서도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 등의 소극적 태도로 제1소위의 심사 문턱도 넘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차제에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는 대한민국의 입법이 소수 국회의원의 개인적인 소신으로 국회에서 논의조차 봉쇄당하는 제도적 모순을 해결하는 것이 국민주권, 주권재민의 원리를 충실하게 구현하는 방안이라 생각하고 가칭 <국민입법청구법> 제정을 추진하기로 하였습니다. 그 주요 골자는 이 자료집 뒷면에 첨부되어 있습니다. 예산이 부수되는 법안, 소급입법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 형사처벌이 부수되는 법안 등을 제외하고는 지역별 대표성을 확보하고, 일정한 규모 이상의 국민이 법안을 청구하면 국회 본회의에 바로 상정되도록 하는 것이 법안의 핵심입니다.
지금 광장과 거리로 나오는 민심에는 불투명,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분노와 경고가 크게 자리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전국법과대학교수회가 추진하는 이 <국민입법청구법>이 그런 민심의 일부를 담아내고, 헌법적 가치를 보장하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끝으로 다시 한번 이 학술대회를 위해 수고해 주신 발제자와 토론자, 사회자, 행사를 준비해 주신 국민대학교 법학연구소와 전국법과대학교수회의 실무 관계자들, 그리고 추운 날씨와 불편한 교통 사정에도 불구하고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12월 2일
전국법과대학교수회 회장 이호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