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폐지 합헌인가, 대구대 윤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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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시폐지 합헌일까? ['가정형편 탓에 로스쿨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아들 뒷바라지 능력이 안 돼 로스쿨을 못 보내 미안하다”고 말한다']
로스쿨제는 다양한 전공의 법조인을 배출하기 위한 명분으로 도입됐다. 그러나 사시에서도 다양한 전공출신의 법조인이 배출됐고 배출되게 할 수 있다. 굳이 금수저들의 전유물인 대학원 로스쿨졸업을 법조인의 필수조건으로 하는 것은 과잉한 기본권의 제한으로 위헌이다. 왜냐하면 사시응시자격을 기본 6법을 포함한 법학 교과목들의 이수를 조건으로 해도 충분하고, 어떤 전공의 법조인이 반드시 필요할 경우 사시에 그 조건을 붙여 선발하면 되기 때문이다.
독일처럼 대학등록금이 저렴할 경우에는 독일처럼 법대졸업만을 법조인의 조건으로 해도 된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지방의 사법권은 지방에 있고 중앙에 의해 필요최소한 제한될 수 있기 때문에, 대법원 이외의 법원조직, 법조인의 배출 및 (따라서) 법학교육과 사시에 관한 일체의 권한은 지방에 있다. 물론 전국적으로 통일을 기할 반드시 필요한 사항은 중앙법률로 규정할 수 있지만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법조인들까지도 합헌적 제도를 폐지하고 개처럼 자신들의 밥그릇과 위헌적 제도를 지키기 위해 양심을 버리고 말도 안 되는 견강부회와 우김질을 부리는 것일까?
일제시대와 유신 등 반민주시대를 거치면서 우리 민족혼이 더렵혀져 사라져버린 것일까?
일국의 법제도가 비이성적이고 반자유민주적이라는 사실은 변명할 여지없이 그 나라 구성원들의 정신적 수준이 그만큼 비이성적이고 열등함을 웅변으로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땅위에 사람 지으셨음을 한탄하사 마음에 근심하시고 가라사대 나의 창조한 사람을 내가 지면에서 쓸어 버리되.."
<대구대 윤재만>
마흔둘 막둥이의 마지막 사법시험
동아일보
어머니는 20년간 도시락을 쌌다. 10년은 아들의 학창시절을 위해, 다음 10년은 아들의 사법시험을 위해서다. 21일 어머니는 아들의 ‘마지막 도시락’을 쌌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백양관. ‘제59회 사법시험 제2차 시험’이 열렸다. 전날 어머니와 아들은 강원 강릉시의 집을 떠났다.
연세대 근처 모텔에서 하루를 지내고 아들을 먼저 시험장에 보낸 뒤 어머니는 시험장 앞을 찾았다. 한 손에는 어김없이 도시락이 든 가방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사법시험일마다 늘 하던 일이다. 점심까지 남은 시간은 2시간. 칠순의 어머니는 마흔두 살 막내아들이 혼자 밥을 먹게 놔둘 수 없었다. 이어 차가운 땅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아들을 기다렸다.
어머니는 자주 무릎을 굽혔다 폈다. 식당일을 40년이나 하면서 무릎이 상한 탓이다. 애가 타는 듯 계속 구형 휴대전화를 열고 닫으며 시간을 확인하던 어머니는 시험장을 바라보며 아들 이야기를 꺼냈다.
아들은 똑똑했다. 강원도 산골마을에서 늘 ‘우등생’이었다. 재수 끝에 서울의 한 사립대 법학과에 진학했다. ‘사시 패스’를 목표로 삼은 아들은 군대를 다녀와 오로지 책만 들여다봤다. 20대 후반에 사법시험 1차 시험에 붙었다. 그러나 더 이상 서울에서 공부하지 못했다. 형편이 어려워 서울에서 지낼 생활비가 없었기 때문이다. 아들은 고향인 강릉으로 내려갔다. 공부만 할 순 없어 어머니 식당일과 밭일을 도왔다. 용돈을 벌려고 아르바이트도 했다.
합격은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1차 시험에 3차례나 붙었지만 최종 합격까지 도달하지 못했다. 이름 탓인가 싶어 개명(改名)까지 했다. 가정형편 탓에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은 꿈도 꿀 수 없었다. 어머니는 지금도 “아들 뒷바라지 능력이 안 돼 로스쿨을 못 보내 미안하다”고 말한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아들의 출세를 위한 사다리가 영영 사라진다는 생각에 어머니는 자주 밤잠을 설쳤다.
오전 시험이 끝났다. 아들이 나오자 어머니는 환하게 웃었다. 김밥을 입에 넣는 아들에게 물을 건네며 “이렇게 밥을 먹여야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아들이 “이제 괜찮다”며 시험장으로 들어가고 나서야 어머니는 천천히 숙소로 발걸음을 뗐다.
이날 시험장 주변에 모인 다른 응시자의 가족과 친구들은 초조해 보였다. 정모 씨(64)는 “서른 살 딸을 뒷바라지하려고 아내와 함께 강원 원주시에서 올라왔다”며 “딸이 집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해서 근처 숙소에서 밥까지 해 먹였다”고 말했다.
장수생이나 초심자나 마지막 시험이 안타까운 건 마찬가지다. 한 응시자는 “나야 이렇게 시험이라도 봤지만 후배들은 아예 기회조차 없게 된 것이 안타깝다”며 “오래 공부한 탓인지 솔직히 시험 후 미래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말했다.
이번 2차 시험은 나흘에 걸쳐 치러진다. 10월 12일 응시자 186명 중에서 약 50명의 합격자가 발표된다. 이들은 3차 시험인 마지막 면접만 무사히 통과하면 마지막 ‘사시 패스’의 주인공이 된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